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량은 어떤 요소들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질문: 리더로 일하면서 가장 신경써야 하는 업무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리더의 최우선순위 업무는 채용과 팀 빌딩, 그 다음은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채용도 의사결정의 일종이므로, 결국 중요한 건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위 리더의 의사결정일수록 회사의 리소스와 자원 배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방향성이나 구성원들의 업무 우선순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수적으로 커집니다.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 1년 내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데, 몇 가지 의사결정을 잘못해서 서비스에 나쁜 영향을 미친 리더
- 1년 내내 계속 노는 것 같은데, 몇 가지 좋은 의사결정을 해서 서비스를 성장시킨 리더
이 중 더 좋은 리더를 고르라고 하면, 저는 두번째 리더를 선택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의사결정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사결정의 퀄리티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 미루지 말고 적시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
-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의사결정?
- 함께 일하는 멤버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의사결정?
- ...?
개인적으로는 의사결정을 잘 한다는 것은, 의사결정의 타율이 높은 것 (=결과적으로 옳은 의사결정으로 나중에 판명되는 비율이 높은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의사결정의 과정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을 잘 하는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의사결정들은 그 결과가 드러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경우, 우리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곤 합니다. 특히 회고나 평가/피드백을 할 때도 의사결정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고 적시에 했다.
-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조율했다.
이처럼 의사결정의 '과정'이 중요시되는 것에 비해, 의사결정의 '결과'는 놀랍도록(?)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 지평이 긴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이고, 이미 결론이 났는데 누군가를 탓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수습하고 다음 스텝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는 이유로 이전 의사결정을 굳이 되돌아보지 않습니다. 혹은, 의사결정을 내린 '윗분'에 대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지는 조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회고를 한다고 해서, 다음 의사결정의 타율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돌아보는 것과,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의사결정의 타율을 높이는 것) 사이에는 의외로 큰 상관이 없습니다. 의사결정을 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 실행 > 결과 라는 3단계 모두를 연결시켜서 회고를 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 (일반적인 회고) A 프로젝트를 하면서 B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실행 > 결과 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의사결정에 대해 회고하지 않음
- (의사결정을 포함한 회고) A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렸던 의사결정 중에 C라는 결정에 따라 B라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C가 아닌 D라는 의사결정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부분에 대한 회고 의견을 나눠보면 좋겠다.
- 의사결정 > 실행 > 결과 모두를 고려해서 회고함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해 회고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자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논의가 흐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그런 의사결정이 나오도록 한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했다거나, 기존의 유사한 사례를 참고하지 못했다거나...) 되돌릴 수 있는 타이밍이 있었는지? 그 의사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는지? 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물론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아니므로, 다수의 반대가 있더라도 리더의 의사결정은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리더는 더 큰 부담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겠죠.)
다음으로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OOO를 배웠으니까..." 라고 적당히 타협하며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는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항상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리더는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프로토콜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의사결정 하기 전까지, (반대 의견을 포함해서)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 의사결정 이슈와 관련한 업무 히스토리와 전후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업무 관련한 문서화를 잘 하고, 팀이나 회사 차원의 업무 지식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업무 담당자를 비롯한 팀 구성원들의 솔직한 의견은 꼭 참고하는 편입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의 반대 의견을 환영하고, 독려합니다) 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 자체도 리더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리더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팀 내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팀원 전체가 이 프로토콜로 일할 수 있도록 팀 구성 첫날-새로운 멤버는 입사 첫날- 이 부분을 꼭 이야기합니다)
- 리더의 의견과 다를 때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그 어떤 불이익도 없다.
- 리더가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차 반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불이익 없음)
- 2번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다른 쪽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결정한 대로 간다.
- 이 때 정해진 대로 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Disagree & Commit 해야 함)
- 반대의견을 수용했건, 수용하지 않았건... 의사결정의 책임은 리더가 진다.
2. 스스로의 최종 판단으로 의사결정합니다.
-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미루지 않습니다.
- 리더는 구성원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하는 의사결정은 부담이 커야 합니다.
3. 잘못된 의사결정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가능하다면 되돌립니다.
-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는 순간, 되돌림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 의사결정에서 무리하게 '일관성'을 지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 '도장 찍는' 의사결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도장 찍는 의사결정 = 채용, 계약, 투자 등...)
4. 의사결정을 위한 에너지 레벨을 잘 관리합니다.
- 주의력은 고갈되는 자원이라는 점을 이해합니다.
- 리소스의 100%를 모두 실무에 쓰지 않습니다. 고민, 심사숙고, 창의성, 의사결정을 위한 물리적/심적 여유를 꼭 남겨둡니다.
5.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해 주기적으로 회고를 합니다.
- 과정 말고 '결과'에 초점을 맞춘 회고를 합니다.
- 이를 위해서는 긴 시간지평을 가지고 스스로의 의사결정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6. 개인의 의사결정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 의사결정의 누적 타율이 계속 낮아진다면, 리더로서 적합한 사람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 의사결정의 누적 타율이 낮은 것에 대한 회사 차원의 페널티가 없다면, 그 조직에서는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 소속 팀 구성원 개개인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이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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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